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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생활/포르투갈 이민

포르투갈 정착일기: 설레임과 막막함 사이, 네 식구의 시작

by Dahi 2025. 3. 22.

2023년 7월, 나는 다시 한 번 포르투갈 땅을 밟았다.
이번에는 사랑하는 두 반려견, 골든 리트리버 타마와 라브라도 벨라, 그리고 신랑과 함께였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새로운 삶의 정착이라는 커다란 목표가 있었다.


포르투갈과의 첫 인연

사실 포르투갈은 나에게 처음인 나라는 아니었다.
독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후,
포르투갈에 잠시 머문 적이 있었고,
그때 이 나라는 나에게 참 따뜻하고 여유로운 인상을 남겼다.

‘언젠가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로 좋았던 기억.
그 뒤 지금의 신랑을 만나게 되었고,
시부모님 댁을 방문하면서 포르투갈을 또 한 번 찾게 되었지만,
이번에는 여행자의 시선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마주하게 된 순간이었다.


타마와 벨라, 네 식구의 시작

우리는 한국에서 함께 살아오던 가족 —
타마, 벨라, 신랑, 그리고 나, 이렇게 네 식구가 다시 한 집에 모여
포르투갈의 시골 마을에 정착을 시도했다.

벨라는 원래 신랑이 먼저 키우던 라브라도였고,
타마는 내 곁을 오랫동안 지켜준 골든 리트리버.
두 아이는 성격도 다르고 방식도 달랐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잘 지내주었고,
낯선 땅에서 내 마음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시골에서의 현실적인 어려움

우리는 미리 사두었던 산 아래 작은 시골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신랑도 막 한국에서 넘어온 상태였고,
우리 둘 다 포르투갈에서의 정착은 처음이었다.
특히 시골이라 직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생활비는 빠르게 줄어드는 반면, 안정적인 수입은 없었다.

나는 포르투갈에서 배우자 비자를 준비해야 했고,
그 일이 나에게는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과정이었다.


막막했던 비자 신청 과정

하필이면 그 시기는 전 세계적으로 이민자들이 포르투갈로 몰려들던 시기였다.
이민국 홈페이지는 늘 마비 상태였고,
첫 단계인 미팅 예약조차 전화로만 가능했는데,
그 전화 연결이 진짜 전쟁이었다.

한두 시간을 기다려 전화를 붙잡고 있어도,
돌아오는 말은 늘 같았다.
“오늘 예약은 마감되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전화해주세요.”
반복되는 그 말에 점점 지쳐갔고,
비자 신청에 대한 자신감도 함께 무너져내렸다.


언어의 장벽, 그리고 적응의 시도

게다가 나는 포르투갈어를 하지 못했기에,
작은 행정 절차조차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현지 이웃들과의 소통도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기가 이제 내가 살아야 할 곳’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적응하려 애썼다.

마을 이웃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타마와 벨라를 데리고 주변을 산책하며
조금씩 이 공간에 익숙해지려고 했다.


타마와 벨라가 있어 견딜 수 있었던 시간

그 낯선 땅에서 하루하루 불안하게 보내고 있을 때,
타마와 벨라는 정말 큰 위안이었다.
두 아이와 함께하는 산책 시간, 눈 마주침,
조용히 곁에 있어주는 존재만으로도
**‘우리 가족이 함께니까 괜찮아’**라는 마음이 들었다.


결국, 떠나야만 했던 그 여름

하지만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비자 예약을 하지 못한 채,
포르투갈을 다시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입국 당시 3개월짜리 관광 비자로 들어왔고,
이민국 상담원의 말에 따르면,
그 기간이 끝나기 전에 미팅 예약을 완료해야 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전혀 따라주지 않았다.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순간이었다.


돌아보면, 그 모든 시간들이

모든 걸 새로 시작해보려 했던 시간들.
내가 상상했던 포르투갈의 삶과는 전혀 달랐고,
그만큼 많은 감정과 상황들을 감당해야 했다.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마음 한켠이 먹먹해지지만,
그 모든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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